14년째 한 건강검진센터를 다니고 있습니다. 14년 전에 다닌 기업에서 프리미엄 검진을 할인가에 받았었고 퇴사 후에도 그 검진센터에서 같은 가격으로 검진을 받을 수 있게 되었어요. 그리고 이왕이면 제 모든 검진기록이 있는 곳에서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는게 좋으니까요. 올해는 2주 전에 검진을 받았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어제 그 결과를 받았습니다.
대장내시경은 2021년에 처음 받았어요. 마흔 살이 넘으면 4년마다 받아야 한다기에. 그때 시키는 대로 다했죠. 대장내시경 전 섭취 가능한 음식을 꼭 지켰고 일정에 맞춰 변비약 알약 2개에 하프렙산을 탄 물을 포함해 500ml 8병을 마셨습니다. 다음날 아침에 검진이라 밤새 화장실을 갔지만 제가 봐도 뭔가 개운하지가 않았어요.
첫 대장내시경이라 그 기준을 몰랐습니다만 그래도 제대로 장이 비워진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긴 했습니다. 건강검진이 오전 8시 시작이었는데 그때까지도 화장실에 가고 싶었고 시간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
엄마도 같은 곳에서 대장내시경을 받으셨고 내시경 전에 섭취가능한 음식을 잘 지키며 저와 같은 방법으로 하셨기에 저도 그정도면 된 건가 했습니다. 그러나 아니나 다를까. 수면대장내시경을 마친 후 잠에서 깨어나 몽롱한 상태일때 의료진이 부르더니 장이 비워지지 않아 대장내시경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했다고 하더군요.
그때 깨닫은 것 2가지. 아... 나는 변비약을 이틀 전에 먹자. 그 전날에 먹어야 하는 하프렙산은 안내받은 것보다 1시간 전에 먹고, 검진도 이른 아침보다는 조금 늦게 시작하자. 그렇게 장을 비울 시간을 더 늘리기도 했습니다. 검진센터에서 상세한 설명서를 제공하지만 사람마다 컨디션이 다르니 저에게 맞는 방법을 고민했던 거죠.
그리고 올 1월의 마지막날에 또 대장내시경을 했습니다. 첫 대장내시경 후 3년 만에. 지난 대장검사에 비해 안내서가 더 상세하더군요. 약을 복용한 후 화장실에 갔을 때에 어떤 색깔의 x물이 나와야 준비가 완료된 상태인지 사진도 보여주고요.
그런데 지난번과 다르게 변비약은 없었습니다. 수클리어산 2포, 가소콜(가스제거제) 1포, 500ml 물통. 검진받기 2주 전에 안내문을 받아 보고 또 보고 숙지했는데요. 검진 3일 전부터 음식을 조절해야 한다는데 벌써?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들은 그 전날 점심에 죽 먹고 오후에는 속을 비운 후 바로 다음 날 내시경 받던데 3일씩이나 미리 준비해야 하다니.
대장내시경 전 음식
1. 검사 3일 전부터 섭취금지 음식:
현미, 콩 등의 잡곡류와 깨, 고춧가루가 묻은 김치, 콩나물 포함한 나물류, 버섯, 김, 미역 등의 해조류, 씨앗이 있는 과일(수박, 참외, 키위, 딸기, 토마토) 고추씨, 옥수수, 땅콩, 잣, 호두 등 잡곡류
2. 검사 3일전부터 먹을 수 있는 음식:
흰쌀밥, 흰 죽, 흰 빵, 두부, 생선, 맑은 계란찜, 녹차, 이온음료, 맑은 주스, 바나나, 감자
3. 검사 하루 전:
검진을 오전에 받는다면 그 전날 오후 1시 이전까지 흰밥 또는 흰 죽만 가볍게 먹어야 합니다. 그 이후로는 장 정결제와 물만 마실 수 있고 절대 음식을 섭취해서는 안됩니다.
나의 대장내시경 준비방법
저는 '검사 3일 전부터 섭취금지 음식'에만 집중했고 그 외에는 부드러운건 다 먹어도 된다고 제 마음대로 해석해버렸네요. 지인들 대부분 김치나 깨, 해조류를 제외한 일반음식을 먹다가 대장검사 하루 전에 흰죽만 먹고도 검사를 잘 받았기 때문에요. 그리고 '대장내시경 검사 3일전부터 먹을 수 있는 음식'에 '감자'가 있기에 저는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에 '고구마'를 먹었더랍니다. 검진 전날 오전까지. 감자와 고구마를 왜 동일시했는지 모르지만 뭔가 쑥쑥 잘 내려갈 거라는 근거 없는 믿음으로 먹었답니다.
검진받기 이틀 전:
저녁에 어묵탕을 먹었는데 갑자기 배가 아프더군요. 변비약 먹은 수준으로 화장실을 오갔고 이미 장이 쫙 비워진 기분이었습니다.
검진받기 하루 전:
이미 장이 비워졌겠다 오전에는 장에 좋은 고구마와 두유를 먹고 오후 1시 이전에 흰 죽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8시부터라는 안내와 달리 '수클리어산'(물에 타먹는 가루약)을 7시 반부터 쭉쭉 마셨어요. 잘 넘어가더군요.
그런데 예전과 달리 변비약 2알이 없던 게 왠지 찜찜했습니다. 물론 수클리어산이 3년 전에 대장내시경을 위해 먹었던 하프렙산과 달라 변비약 효과까지 포함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만 그 전날에 화장실을 끝없이 다녀왔으니 변비약 1알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계속 물을 마시고, 새벽 3시 반 (원래 4시에 먹으라 했지만)에 다시 수클리어산과 물을 안내대로 쭉 마셨습니다. 마지막에 가소콜이라는 가스제거제와 물을 마시고 안내보다 물 1통 더 마셨어요.
그 시간 동안 계속해서 서서 움직였습니다. 가만히 앉아있거나 누워있기보다 계속 움직이고 걷는 게 장을 비우는데 도움이 되니까요. 대신.. 너무 피곤합니다. 음.. 그래도 지난번에 비해서는 확실히 비워진 듯했어요. 맑은 노란색 물이 나오면 대장검사 준비상태. 화장실에 몇 번 더 갔더니 찌꺼기가 아주 살짝 있어 긴가민가했지만 이미 검진센터에 가야 할 시간. 이때부터는 더 이상 물도, 사탕이나 껌도 입에 넣어서는 안 됩니다. (흡연자들은 담배도 안돼요!)
제가 위내시경은 평소에 수면이 아닌 깨어있는 상태에서 받아왔습니다. 위내시경 검사 시 가늘고 긴 내시경 기구를 삽인하여 식도를 시작으로 십이지장까지 관찰하는데요. 개인차겠지만 수면으로 진행 시 내시경 기구를 빨리 내리면서 식도에 상처가 났다는 이들도 있었어요. 그래서 수면으로 하지 않으니 두 분을 부릅뜨고 기구를 꿀꺽꿀꺽 삼키며 위내시경을 받아왔습니다. 침을 상당히 많이 흘리고 꿀꺽꿀꺽 삼키는데 쉽지 않지만 환자가 깨어있으니 조심해서 삽인하긴 합니다.
하지만 대장내시경은 민망해서 수면으로 했는데요. 하필 대장검사 안내하는 분이 어찌나 잘생겼는지. 눕자마자 빠르게 진해서 민망할 겨를도 없이 잠이 들었습니다.
눈을 떴더니 수면 대장검사는 이미 끝나있었고 약 5분 더 누워있게 한 후 대장검사한 사진을 보여주었습니다. 또 '장 정결 불충분한 상태'. 3년 전과 비교해 차이가 있었는데요. 그땐 정말 불충분하다는 게 눈으로 봐도 알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달랐습니다. 아주 적은 양이지만 뭔가가 떡하니 대장에 붙어있었는데요. 딱 봐도 오래된 것이 아니라 최근에 먹은 음식.
검사 전에 뭘 먹었냐 물어보기에 흰 죽이라고 얘기했지만 머릿속에 떠오르는 게 있었어요. 그것은 고구마. 감자와 같을 거라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네요. 우리가 감자와 고구마를 먹을 때 목 넘김이 다르잖아요. 이번 고구마는 에어프라이어로 구워 유난히 쫀뜩거렸는데 얘가 나의 대장검사를 방해할 줄이야.
여하튼 이번에도 '불충분한 대장청결상태', 전 처치 미흡으로 불완전한 검사가 시행되어 2년 이내에 추적 검사를 권유받았습니다. 우선 관찰이 제한적이었지만 보이는 범위 내에서는 특이 소견은 없었어요. 오늘 검진센터에서 전화가 와서 결과에 대해 안내를 받았는데요. 대장내시경에 대해 얘기했더니 평소에 변비와 숙변관리를 하라는군요. ㅎㅎ 변비도 없을뿐더러 숙변이라 생각되지는 않는데 말이죠.
대장내시경 준비하는 분들 대장내시경 전 섭취가능한 음식에 고구마는 아닙니다. 저는 다음번에는 대장검사 3일 전부터 꼭 허락한 음식만 먹어야겠습니다. 흰 죽, 흰밥, 두부, 생선, 계란국, 바나나 정도만 먹고 제대로 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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