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10명 중 1명이 앓고 있다는 빈혈. 특히 여성들은 과다월경, 임신에 의해 빈혈을 흔하게 겪지만 치료가 필요한지 모르고 지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도 건강검진하기 전까지는 몰랐습니다. 그런데...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던 빈혈이 치매와 연결될 수 있다니 충격이네요.
나의 빈혈 이야기
어릴 적부터 피부가 유난히 하얗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특히 비 오는 날에는 얼굴이 창백해 보여 친구들이 귀신같다며 장난하기도 했었는데요. 그땐 웃고 말았지만 돌이켜보니 이미 어릴 적부터 빈혈이 있었습니다. 고등학생 때 학교에서 다 같이 헌혈을 하면 저는 헤모글로빈 수치가 낮아 헌혈을 할 수 없다고 들었는데 그 이후로 지금까지 헌혈을 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 당시에는 주사를 피할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었는데 돌이켜보니 그때부터 빈혈이었네요.
도저히 졸려 거의 기절할 정도로 몸을 가누지 못하는 건 남들도 다 그런줄 알았습니다. 극심한 피로도 또한 다들 그런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20대에 회사에 입사하여 건강검진을 받았더니 의사가 그러더군요. 6g/dL정도면 수혈을 받아야 한다고. 당시에는 농담인 줄 알았고 비릿한 향의 철분약을 처방받았지만 먹는 둥 마는 둥 했었는데요.
정기건강검진을 받을 때마다 늘 헤모글로빈수치가 낮게 나왔고, 또한 피로에도 익숙해졌는데 40대가 되어 건강검진을 받았더니 이 병원의 의사는 철분약을 처방해준 후 정기적으로 모니터를 해주셨어요. 약을 1년 이상 먹어도 수치가 정상으로 오르지 않자 결국 큰 병원에 가보라며 권유하였습니다. 사실 철분약을 제대로 챙겨 먹지 않은 점도 있습니다.
이렇게 늘 빈혈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요즘 주위에 치매환자 얘기를 자주 듣게되어 뇌활성화에 관심이 생겨 '잠든 당신의 뇌를 깨워라' 를 읽기 시작했는데요. 뇌와 척추 전문인 신경외과 전문의와 안과 전문의이자 저탄고지 의사가 쓴 책인데 치매, 파킨슨 병, 갑상선저하증 예방에 대해 배울 줄 알았더니 이 책에서 빈혈을 마주했습니다.
빈혈이 치매를?
빈혈을 얘기할 때에 '헤모글로빈'을 빼놓을 수 없죠. 이 헤모글로빈은 혈색소라고도 하며 혈액 속에서 산소를 운반해서 몸 곳곳에 보내는 역할을 합니다. 뇌 전문 신경외과 전문의인 이 책의 저자가 지난 20년 동안 치매환자를 진료하며 혈액검사를 했더니 치매 환자가 정상인들보다 빈혈이 훨씬 많으며 평균 혈색소(헤모글로빈)의 수치가 낮다는 걸 확인하는데요.
빈혈과 치매의 연결고리가 이해가 됩니다. 빈혈, 즉 피가 장기간 부족하면 뇌뿐만 아니라 심장, 간, 콩팥 등 우리 몸의 대두분의 장기에 도달하는 혈액량이 부족해져 장기의 기능이 저하되고 노화도 빨리 진행되게 됩니다. 이로 인해 세포들이 에너지 부족 상태가 되어 결국 세포의 수명이 단축되면 뇌세포 또한 기능이 저하되어 심한 경우에는 치매로 이어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빈혈이 치매의 중요한 위험인자이며, 치매의 치료과정에서 빈혈이 교정되어야한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들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치매예방을 위해 낱말퍼즐을 하고, 독서를 하고, 글쓰기를 하기에 앞서 빈혈을 먼저 치료해야겠는데요.
빈혈의 기준
빈혈의 기준은 자료마다 의사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이 책에서 언급하는 교과서의 빈혈 진단 기준에 의하면 일반적으로 혈색소, 헤모글로빈의 수치가 남성은 12.5g/dL 이하, 여성은 11.5g/dL 이하이면 빈혈로 정의합니다. 이는 사실상 낮게 설정된 것으로 건강한 남성은 14~16g/dL, 건강한 여성은 13.5~15.5g/dL이니 이 수치 이하이면 몸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정밀혈액검사를 받기를 권유하는데요.
하지만, 병원마다 진단이 다르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대부분 철분약을 2개월 정도 먹으면 정상수치가 나오는데 저는 1년 넘게 철분약을 먹어도 9~10g/dL이 나오자 큰 병원에 가도록 안내했지만. 대학병원에서는 비슷한 시기에 혈액검사를 했지만 11g/dL이 나왔다면 오히려 철분약을 먹지 말라고 하네요. 따라서, 개인적으로 10g/dL만 넘으면 안심하기로 했습니다. 철분약 없이는 이 수치를 유지할 수 없지만요.
그런데 '잠든 당신의 뇌를 깨워라' 책에서 저처럼 30년 이상 빈혈을 겪고 있는 환자를 치료한 방법이 의외였습니다. 철분 섭취로 빈혈이 교정되지 않는 환자들에게 처방한 것은 저탄수화물식 (케톤식)+ 장세포 회복 치료 + 고용량의 비타민B군 + 고용량 멀티미네랄 제재, 이 4가지였습니다. 물론 철분제도 복용하면서요.
특히 채식주의자이거나, 육류를 평소에 잘 먹지 못하는 경우에 참고해야하는 치료인데요. 고탄수화물 식이를 하면 몸에서 당대사를 하는 과정에서 비타민 B군과 미네랄이 필요로 합니다. 그런데 비타민 B군과 미네랄은 철분과 함께 적혈구 생산에 필수이기에 부족해지면 문제가 되는 것인데요. 비타민 B군과 미네랄은 보통 고기, 생선, 계란 등 기름진 음식에 많이 포함되어 있어 이런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고용량의 비타민 B군과 멀티미네랄 (마그네슘, 셀레늄, 아연 등)을 먹어도 혈색소 수치가 증가하며 의사 처방에 따라 1년 이상 지속한 후 수치를 검사해서 13.7g/dL까지 오른 케이스도 이 책에서 소개합니다.
빈혈의 원인은 다양합니다. 전체 빈혈의 90%가 철결핍성 빈혈이지만, 그 외에도 비타민 등 다른 영양소의 부족에 의해 용혈성 빈혈, 재생불량성 빈혈, 거대적아구성 빈혈 등이 있는데요. 대부분 철분만 섭취하지만 빈혈의 유형별로 보충해야 하는 영양소들이 더 있습니다. 예를 들어, 철결핍성 빈혈도 예방하려면 철분과 함께 비타민 B6를 반드시 섭취해야합니다.
고단백질 다이어트를 하면서 탄수화물을 완전히 끊은 적이 있습니다. 야채도 먹지 않는 다이어트. 체중감량 효과는 있었지만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자 힘이 빠지고 쉽게 피로해지는 걸 느꼈어요. 그래서 탄수화물 섭취는 필수라고만 느꼈는데 케톤식 식단, 키토제닉을 하니 다르네요. 빈혈 교정을 위해서라도 올해는 케톤식을 꾸준히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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